Written in 2024. // written by HeartyBerra
Specially Written for 5+0.1th Anniversary Track - "Soul Heart"
Track Commentary
Cinamoro입니다. 이번에도 5주년을 맞이해서, 특전을 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수많은 공상과, 꿈의 세계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며 곡을 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이젠 몽상을 넘어, "현실"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저의 공상과, 제 아픔을 넘어선, 이제 제 자신을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5년동안 저와 함께해주신 제 동료들, 친구들, 그리고 청취자 분들께
저의 모든 이야기를 전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드리고 싶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꿈, 그리고 현실도 전부 밝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 I ]
몽상 // Daydreaming
“차디찬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파.”
나는 허공에 속삭였다.
눈에 보이지 않더래도 나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치고 헐어버린 상태였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싫어서 도망치고 싶다는 소망이 내 안에서 피어났다.
그리고 그 작은 소망은 나를 서서히 무한한 공간 속에 가두었다.
하지만 난 그러한 사실도 모른 채 환상에 잠식당했다.
내가 보고 겪고 있는 이 환상들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했다.
갑자기 언젠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 불안해지게 되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인해,
더욱 환상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던 나였다.
그런 동시에 점점 이것이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란 것조차도 망각해 가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좋아. 차라리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겠어.
혹독하고 가혹한 세상 따위 없어도 좋다.
나에게 관심도 가져주지 않고 상처만 주는 이들이 가득한 세상,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난무하고 고통이 기어오르게 만드는 그 세상은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이젠 필요 없어. 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세상이 좋으니까.”
행복만이 가득한 이 세상. 누구나 원했던 이 세상이 지금 내 앞에 펼쳐지고 있다.
어딜 가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 원했던 것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 II ]
차가운 심장 // a Cold Heart
그렇지만 어째선지 나 혼자였다. 이건 내가 원했던 게 아닐텐데.
사람들을 찾아보려고 돌아다녔지만, 생명체라곤 동식물뿐, 인간은 없었다.
마치 숨바꼭질에서 내가 술래이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숨어있는 기분이었다.
‘왜 이러는 거지?’
돌아다니면서 점점 외로워지고 불안해져갔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존재하는 세상이더라도 완벽한 건 아니란 건가?
그렇지만 차라리 불확실한 위협이 있는 것보단 나으니까.
아무리 위험한 도구 같은 것들도 쓰는 행위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닌가?
그런 행위자들은 없어야만 한다.
그러니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없는 건 아쉽지만 내가 기억해 준다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생소한 길이 나타났다.
이건 아까 없었을 텐데.
나는 홀린 듯이 그 공간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온화한 색들이 모인 팔레트에 한 방울 떨어진 눈 결정.
이 공간에 놓여있는 한 구조물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있는 이 공간은 창백하고도 차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구조물의 모습은 마치 심장과도 같았다.
나는 구조물 아래 적힌 것을 읽었다.
"소울 하트..
'여기에 네 기억이 담겨져 있어'..?"
‘소울 하트...여기에 나의 기억이 담겨져 있다고...?’
나에 대한 구조물이 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도대체 어떤 기억이 담겨 있는진 알 수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는 무심코 그 구조물에 손을 댔다.
나는 무심코 그 구조물에 손을 댔다.
“아..아아......”
주마등처럼 나의 과거가 스쳐 지나가고
아픔이 온몸으로 퍼져 스며들며, 다시금 나에게 상처 내기 시작했다.
눈물이 났다. 무거운 것에 짓눌린 것 같았다. 나의 마음도 무거워졌다.
더 이상 서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나를 짓누르는 이 느낌. 답답해. 아파. 버티기 힘들었다.
“싫어. 제발...그만해줘...”
나는 절망했다. 더 이상 즐거운 세상 따위 없는거야?
내가 아까 누렸던 즐거움은 일시적인 거에 불과했던 걸까?
아아...안돼.. 그럼 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더욱 더 아파만 갔다.
나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걸까.
가시가 나의 심장을 푹-하고 꿰뚫는 듯했다.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 III ]
수용 // Acceptance
‘너무 고통스러워. 하지만 현실에서 썩어가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고 싶지도 않아. 죽은 뒤에 뭐가 있을지 몰라서 무서우니까.
죽은 후에 영원한 평안과 안식이 있단거..? 누가 증명해주지 그걸?
차라리 의미있게 살고 때가 되어 생을 마감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내 인생이.... 적어도 아직 끝난 건 아니잖아. 그치?
난..바꿀 수 있어. 바꿔야만 해.
이런 ‘나’이더래도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서라도 나아가야 된다는 거잖아.
가만히 있다간 이 고통이 계속될 거야. 도망치고 싶다며,
그럼 제대로 도망쳐야지 현실의 희망으로. 헛된 몽상이 아니라.’
나를 아프게 한 그 차가운 구조물을 더욱 끌어안았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파도 참아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고통을 잊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생각해 봐. 머릿속으로는 뭐가 안되겠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는 상상도 할 수 있고
내가 응원하는 것들이 최강 무적이 되게 할 수도 있고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모든 걸 다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근데...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게 전부 현실이 아니라는 게 더 힘들지 않겠어?
상상할수록 현실적으로 갖고 있는 건 초라해지고 이런 망상조차 터무니없어지는데.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일 없는,
나한텐 너무 커서 받을 자격도 없는 일들을 상상하면
현실로 돌아왔을 때 상실감이 크고 기분도 안 좋아지고 괜히 더 우울해지겠지.'
그렇게 그 차가운 심장을 한참 동안 끌어안았고,
그 구조물은 영원한 몽상에 빠져 살았던 나에게 현실을 직시해주었다.
[ IV ]
실현 // Realize
“응. 이젠 끝이야. 이런 몽상도, 헛된 희망도. 제대로 된 삶을 살고 말겠어.”
혼잣말과 함께 눈을 떴다.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있는 채로.
냉기가 도는 방 안의 푹신한 이불. 이는 나의 일시적인 안식처이자 도피처에 불과했다.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힘들 때 올 순 있지만, 영원히 갇혀 있을 순 없다.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보았다.
무거웠던 느낌은 사라졌다. 어쩌면 마음의 짐도 덜어낸 걸지도.
차가운 방바닥에 발을 내딛고, 한 발짝 두 발짝 걸어가며 방문 앞에 섰다.
딸깍-.
방문이 열리고 문틈 사이로 새어나온 빛이 방을 가득 채웠다.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온기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방에 나 자신을 가둬버린 또 다른 나여, 이제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