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in 2025.
Thanks for 2K sub Special — "if" story from 'Soul Heart'
[ I ]
직시 // Envisage
난 기억한다.
나를 얽매고 붙잡았던, 그 환영에서 뛰쳐나온 날을 기억한다.
꿈과 환영밖에 없는, 나를 시들게 한 그 쓰레기 같은 곳에서.
나는 현실로 도망쳤다. 더 이상, 나를 병들게 하는 그 환상은 이제 됐다.
그곳은, 정말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환영은 나와 오랜 친구였지만, 이젠 아니다.
이젠 허황된 환영과 망상을 더 쫓고 싶지 않다.
나를 병들게 하는 악이자, 몸을 시들게 하는 매개체와도 같은 것 따위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
그래야만 내가 더욱 환상에 의존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으니까.
더 이상 환영에 빠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포근한 환상을 내버려둔 채 현실을 직시했다.
나에게 있어 현실은 중요하고, 환상은 그저 지나가는 꿈의 일부일 뿐이니까.
나는 사막 위의 오아시스를 쫓고 싶지 않다.
[ II ]
깨달음 // Enlightenment
그 다짐을 하고 환영에서 벗어났지만, 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되려 섣부른 다짐은, 다시 나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아직 현실과 환상에 경계선에 있는 것임을 알면서도, 어리석었다.
그런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 했다.
다시금 깨달은 현실의 차가움과 그 시선들, 나를 두렵게 만드는 그 기억들까지.
준비가 덜 된 나에겐 더 큰 상처로써, 더욱 큰 압박감으로써 밀려 들어왔다.
"제발, 제발 그만해ㅡ"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록 내 속에 있었던 곪은 상처들은 더욱 커져갔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간 상처는 현실의 두려움을 증폭시켰고, 날 구석 진 곳으로 몰아넣었다.
사람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말과 시선들은 나를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나는 다시 현실에서 도망쳤다.
지옥과도 같았던 현실을 다시 버티지 못한 자의 최후는 이러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 III ]
도피 // Escape
같은 고통을 두 번이나 겪고야 절박해진 나는 다시, 나는 소울 하트를 찾아 헤맸다.
분명 어딘가, 그 구조물이 있을 거다. 분명히.
다시 그 구조물로 나의 현실을 다시 직시하고 싶다.
이건 내가 원하는, 내가 보고자 하는 현실이 아니다. 그곳은 지옥이다.
계속해서 찾아 헤맸지만, 이미 고통스러운 나에게 정상적인 판단이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내 소울 하트를 찾으려는 내 주위로 검은 형체의 무리가 다시금 나를 감쌌다.
이내, 내 시야에 있었던 포근한 구름들은 전부 사라져 갔다.
"다시 왔네?"
그들이 말했다. 나를 환영하는 것인지, 비웃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다시금 고통을 겪은 나를 향해 조롱하는 듯 했다.
"그래, 아직은 넌 일러. 현실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모르는 거야.
현실의 고통을 알고도 가려고 하다니 바보 아니야?"
그들이 날 멍청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이다.
현실은 아직 나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그렇지만 현실은 나에게 있어 중요한ㅡ
"역시 넌 이 곳이 좋은 거지?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이 세계 말이야.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 다시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 보는거야. 어때?"
아.. 그렇죠. 저는 환상이 좋답니다.
현실이 무서워서 도망친, 환영에만 빠져 사는 사람이었죠.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제 자신이 증명했네요.
[ IV ]
잠식 // Encroaching
"그럼, 이제 다시는 나가지 않겠네? 어서 와.
다시, 우리와 같이 노는 거야. 영원히."
그들의 달콤한 유혹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내, 난 그들이 주는 환상에 손을 뻗었다.
"다녀왔습니다."
내 몸이 병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포근한 환상들을 다시 맛보았다.
다시 느끼는 익숙함.. 편안함.. 이곳이야말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일 터.
헤어나올 수 없는 형형색색의 환영이 나를 다시 반겼다.
그래, 현실 따위보단 내가 바라는 세상이 더 낫지 않겠어?
내 몸이 어떻게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 아니겠는가.
다시금, 나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느와르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지금 다시 눈이 가리워진 채 환상 속으로 빠진다.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어.
Written by Cinamoro
Story Inspected by HeartyBerra